문화유적및 답사
다산(닭을 길러도 품위있고 실용적이게)
smile⌒∇⌒
2008. 2. 10. 15:24
닭(鷄)을 길러도 품위있고 실용적이게 |
나라에는 나라의 품격이 있고 지도자에게는 지도자의 품격이 있습니다. 모두가 바라는 바는 나라는 높은 품격이 있는 나라여야 하고, 지도자는 지도자대로 높은 품격을 지녀주는 것입니다.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정도로 보거나 권력의 부패가 많이 줄어든 점으로 보면 나라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건만, 정부당국자나 최고지도자의 잦은 품격 낮은 언어의 사용으로 나라나 지도자의 품위가 급격히 떨어진 요 몇 년의 나라꼴은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다보면,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공업(功業)을 이룬다하더라도 가능하면 우아하고 품위가 높게 하라는 부탁을 자주했습니다. 둘째 아들 학유(學遊)가 집에서 닭을 기르는 양계농사를 한다는 소식이 오자 「기유아(寄遊兒)」라는 글에서 다산은 세세한 내용을 적어 보내며 양계를 해도 아담하고 품격 높게 하라는 간곡한 당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네가 양계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양계야말로 진실로 좋은 농사다. 그러나 양계에도 품위 있고 저속하며, 깨끗하고 불결함의 차이가 있다. 참으로 『농서(農書)』를 완벽하게 읽어 가장 좋은 양계법을 골라 시험해 보는데, 더러는 색깔과 종류로 구별해보기도 하고 홰를 다르게 만들어 닭을 기르며 남의 집 닭보다는 더 살찌고 더 잘 번식하게 해야만 한다.…” 과학적 농법에 의하여 닭을 길러 더 살찌고 번식도 잘하게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어떤 경우는 닭의 정경(情景)을 시로 읊어서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사물(事物)에서 물태를 파악하는 일도 해야 하느니, 이래야만 독서를 한 사람의 양계인 것이다”라는 멋진 이야기를 했습니다.
더 재미있기로는, “만약 이익만 보느라 의(義)를 보지 못하고, 기를 줄만 알고 기르는 취미를 모른다면 졸렬한 사람의 양계일 뿐이다”라는 경계의 말입니다.
다산의 수준이 보이는 글입니다. 말을 해도, 닭을 길러도, 행동을 해도 이익과 의를 함께 생각하고 우아함과 품격을 높이도록 해야만 비난과 질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절제를 못하고 하고 싶고 내키는 대로 떠벌려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 한번쯤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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