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토마을 노인정
맑고 드높은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산 아래에 눈길을 멈추어보는데, 오곡이 익어가는 소리가 살며시 들려온다.
이곳은 무등산 자락 아래에 자리 잡은 분토마을이다.
분토라는 이름은 무등산에서 내려다보이는 형국이, 토끼의 발모양 이라 해서 분토라고 했다고 한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것은 아름드리나무들이었다.
팽나무들이 동네 안에 몇 그루 있는데 모두 수령이 3~400년이 지난 것들이었다.
이 나무만 보아도 동네의 형성이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무들은 각각 전설들이 있는데, 기억에 남는 것 하나가 마을에 술주정꾼이 살았는데 이 나무에서 신령이 나타나 꾸짖은 후 마을이 평화로워졌다는 것이다.
정자나무 밑에는 어르신들이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며 쉬고 계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겨울에는 노인당을 이용하고, 여름에는 집에 들어가 있을라면 더운께 답답해서 이렇게 정자나무아래에서 쉬제“ 하시며 어르신은 몸을 돌려 누워 버리신다.
그럼 노인당은 어디가 있을까?
동네 안쪽에 “석수 경로당”이라고 현판이 걸려있는 곳을 찾았다.
안에 들어가 보니 여자어르신들만 몇 분 앉아서 TV를 보고 계셨다.
“이 동네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안계신가보네요?”
“아녀, 우리 동네 노인계가 있는디, 남자 약25명 여자50여명쯤돼. 동네가 약 125가구정도 된 게 노인도 많제. 지금은 농사철이라 일하느라 많이 못 오시는데. 겨울에는 사람이 많아 앉을 자리도 부족혀, 그리고 남자들은 일자리가 생겨 돈 벌러 가고 안 계셔“
하시며 약 70정도 되시는 김할머니께서 말씀을 해주셨다.
일제 강점기 전부터 노인계가 형성이 되어 지금껏 이어져 내려오는데 나이가 65세 이상 되면 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되고, 1년에 한두 번 여행을 다녀오시는 게 전부라고 했다.
동네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전 어르신(104)은 3년 전까지만 해도 노인정에 나오셔서함께 식사도 하시고 그러셨는데, 지금은 건강이 좋지 않아 집에만 계시니 얼굴보고 싶어도 집에 가야 볼수 있는 형편이라 한다. 이렇듯 동네 노인들중 한분이라도 얼굴 뵌지가 오래되면 궁금해서 그 집을 방문해 보는데, 그것이 시골사람들의 이웃 사랑정신 이라고 한다.
노인 회장을 맡고계시는 양준기(79)어르신은 아직도 건강에 자신이 있다며 팔소매를 걷어 올리며 자랑을 하신다. 어르신은 10년 동안 그전의 총무를 10년 동안 맡고 있다가, 지금의 회장을 맡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고 하신다.
“허허 벌써 10년이 다 돼부렀어. 그런디 해놓은 일은 하나도 없구만, 구청에서 도움을 준다고 하긴 헌디 농촌에서는 정말 힘든게 현실이여. 도시처럼 어떤 체육시설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농촌형편상 그런 것들이 있어도 얼마나 이용할지 의문스럽고…….
내가 아직은 젊은 게 뭣이라도 동네에 보탬이 되는 것 하나라도 추진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안되는 게 농촌의 실정이여“
노인정이 있어도 여름에는 이용하시는 분들이 적고, 겨울에는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모두 나오시어 동네의 생활이야기들을 도란도란 하시며 즐기신다는 말씀에 정감이 간다.
변두리지역의 노인정이 옛날과 달리 많이 쇠퇴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시골의 노인정이 활성화되려면 마을사람들의 협동심과, 관련되는 부서들의 상호관계와 여러 가지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어 시골에서도 도시처럼 체계적인 지원관리가 이루어져야 할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