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쩍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 |
5백30여만 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되었다고들 말하지만, 정작 전체 유권자 가운데서 얻은 이명박 후보의 실질 득표율은 30.7%라고 한다. 아마도 기권한 사람들 가운데는 대선과정 자체에 환멸을 느껴서거나, 아니면 양심상 도저히 누구를 지지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도덕적으로 결코 떳떳하다고 말할 수 없는 후보의 당선으로 허탈과 치욕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속으로 삭이고 있을 분노와 절망, 그리고 그 가슴에 든 멍을 어떻게 달래줄 것인가, 고뇌할 때다. 완장차고 용비어천가만 부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떤 후보에 대해 없는 사실을 조작하여 음해한다면, 그건 네거티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말한다면 그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다. 동영상이 나오기 전에도 국민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믿지 않았다. 제 입으로 BBK는 내가 설립한 회사라고 말한 동영상의 진실에 대한 해명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명박 후보 쪽에 있다. 그러나 당사자건 한나라당이건 누구 한사람 해명하는 사람이 없다. 동영상에서 말한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단순히 뻥튀기해서 말한 것인지, 이렇게 딱 떨어지는 증거가 나왔는데도 어물어물 그냥 넘어가고 있다. 그 어느 쪽이거나 거짓말한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대명천지 밝은 세상에 어떻게 이처럼 뻔뻔스럽고 무책임할 수 있는가. 교수신문에서 ‘2007년 한국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자기기인(自欺欺人)’을 선정했다고 한다. 이 말은 누구보다 대통령 당선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그는 남이 보지 않는데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했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위해 위장전입을 예사로 했고, 백만장자인 자신의 아들을 자기소유의 건물관리인으로 위장취업 시키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남의 회사를 내가 설립한 회사라고 말하다가도 불리하면 나와 관련이 없다고 한입으로 두말을 다반사로 하고 있다. 신기독(愼其獨)과는 천리만리 멀고, 보수(保守)의 미덕이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가 보여준 것은 그야말로 저급한 천민자본주의의 모습이다. 국가는 일만 잘하면 되는 회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는 ‘통합과 전진’이다. 지역·이념·세대·양극화로 찢기고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 21세기 새로운 세계의 문명적 전환에 걸맞게 우리의 의식과 제도와 관행을 전진시켜 나가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 살리기는 ‘급한 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도자의 청렴에 의한 국민통합은 이미 물 건너갔다. 개혁은 지도자의 높은 도덕성을 바탕을 했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지도자에게 도덕성이 결여되었을 때, 국민은 ‘너나 잘 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돌아서기 마련이다. 선거의 결과가 진실과 거짓을 바꿔놓을 수 없으며, 잘못까지도 덮어줄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나는 지금이라도 대통령 당선자가 BBK 등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그 동안의 잘못된 처신에 대하여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 특검이, 또는 특검에 가서 밝히는 것과 지도자가 스스로 먼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는 것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그것은 결코 부끄러움이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참된 용기요, 공인(公人)의 자세인 것이다. 우리는 잘못이 없는 지도자보다, 잘못을 고백하고 사과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보고 싶다. 논어(論語) 자장(子張)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군자의 잘못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서, 그 잘못은 사람들이 모두 보고, 고치면 사람들이 모두 다 우러러본다(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 人皆見之更也 人皆仰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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