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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여성들과 함께 하면서......

smile⌒∇⌒ 2009. 3. 21. 22:42

다문화 가족과 함께 하면서

나무가 뿌리를 내릴 때 까지는 온갖 고통을 겪으며 찬바람에도, 태풍이 불어와도,

그것을 견디어 내야만이 온전한 한그루의 나무로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생겨 뿌리를 뻗고 재 자리를 잡아간다.

한생명의 탄생, 쌀이 밥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라야한다는 원리는 모두가 아는 현실이다.

모든 것들이 완성되기까지는 너무나 힘든 과정들을 통과해야 한다.

이주민이란 이름으로 한국에 정착하며 생활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온전한 한국인이 되기는 너무나 큰 시련들이 많다.

요즈음 다문화라는 테두리가 많이 넓어져 어느 곳에서나 이주여성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이주여성들을 만나게 된 동기는, 옆집에 살고 있는 조선족 여성 "따냐"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였다.

처음에는 한국 사람과 같은 모습 이였기에 그냥 말을 붙여 보았지만, 대답대신 그냥 씽긋 웃으며 미소 짓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자주 대화를 하고 싶어 그녀의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랬더니 그녀 역시 나를 따르며 말을 한마디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일상생활에서 부르는 호칭을 따라하게 했다. 하루 한마디씩만 배워도 꽤 많은 단어를 생활 속에서 사용했다.

이제 제법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로 변해갔다.

내가 단어를 가르쳐 주어서가 아니라, 그녀의 머리 회전속도가 너무 수준급이었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를 잊지 않고 연습을 했던 것이다.

참 재미있고 신기했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동네 사람들과도 친숙해져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절친한 이웃으로 변해갔다.

이제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우리들" 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하나도 손색없는 이웃 아줌마로 변했다

그렇게 이주여성들에게 단어를 전달하며 "아! 이런 일도 있구나" 하며 나의 작은 사랑이 어느 누구에게 전달되어 그 상대가 포근함을 느낀다면, 나는 기꺼이 그들에게 사랑의 메신저가 되고 싶었다.

다행이 기회가 찾아와 짧은 기간 동안 다문화가정 이라는 테두리 안에 잠시나마 함께했던 시간들이 나에겐 얼마나 보람된 시간이었는지 행복감에 젖었었다.

정말 행복한 일이고 나의 작은 손길로 인하여 그들이 행복해 진다면 뭐든지 다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지금껏 만난 여러 나라 이주여성들을 돌이켜 생각해 본다.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몽골,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이주여성들.....,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함께했던 그녀들이 멋지고 당당한 모습으로 머릿속에 인식되었다.

베트남 친구의 열정적인 배움에 대한 욕심, 필리핀 친구의 병환으로 인한 힘든 고통, 몽골친구 자녀들과의 소꿉놀이……. 정말 여러 가지일들이 오래된 필름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한 번도 가까이 접해보지 못했던 타국의 여성들을 만나며 이야기도 나누고, 그 나라는 어떻게 의식주를 해결하는지, 부모들은 어떻게 자녀들을 키우며, 교육은 어떻게 시키는지, 매스컴에서 많이 보고 그 나라들을 가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나라의 구석구석까지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서투른 한국말로 대화를 하다보면, 한국어를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적도 있었다.

내가 여러 나라의 그녀들을 만나며 많은 것들을 배웠으니 나 또한 그들에게 우리문화의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어야 당연한 것 같다.

우리들의 생활방식, 음식 만드는 것, 어른들의 특징적인 성격, 아이들의 교육방법,

시부모님들과 가까워지는 방법, 기쁜 표정, 슬픈 표정, 등등…….

나에게 있는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는 그녀들을 만나게된것이 정말 내 생애 가장 멋진 시간으로 간직하고 싶다.

이제 어느 정도 한국생활에 적응한 그들은 이곳 한국생활이 재미있다고 한다.

남편의 따뜻한 배려, 시댁식구들이 서로 챙겨주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랑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큰 재산인지 모른다.

작은 말 한마디라도 그들이 한국생활에 뿌리내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

난 기꺼이 그들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

모진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뿌리를 가진 나무가 되어 준다면

그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될 수 있는 나의 작은 손길을 전달하여 훌륭한 한국인으로 정착할 수 있는 삶의 한부분이 되어주고 싶은 게 나의 작은 희망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