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공감

도로 민원 해결사 ‘이거바’ 사이트 인기

smile⌒∇⌒ 2010. 7. 2. 22:47

도로 민원 해결사 ‘이거바’ 사이트 인기

 






 

4월 2일 저녁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1동. 퇴근하던 박승현(32) 씨는 아스팔트 도로에 움푹 파인 구멍 때문에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도로가 길이 1.2미터, 깊이 5센티미터가량 파여 있었다. 휴대전화로 파손된 도로를 찍은 박 씨는 ‘이거바’사이트에 사진을 올렸다. 사흘 뒤 그는 대전시 건설관리과에서 “곧바로 도로를 보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거바는 ‘이 거리를 바꾸자’의 줄임말이다. 이거바 사이트는 일반 시민들에게서 파손된 도로나 잘못된 표지판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와 같은 민원 게시판에 올리거나 해당 관청에 알리는 일을 한다. 그리고 민원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진척 정도를 댓글로 알려준다.

이거바는 영국의 ‘픽스마이스트리트(fixmystreet·내 거리를 고치자)’ 사이트에서 유래했다. 2007년 2월 시민들이 시작한 픽스마이스트리트는 영국 법무부가 후원한다.

 

 

영국의 성공사례를 알게 된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47) 소장이 “우리도 우리가 다니는 길을 스스로 고쳐보자”는 생각에서 한국형 픽스마이스트리트인 ‘이거바’를 만들었다. 김 소장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범재 대표, 열린사회시민연합 주영남 대표, 비타소프트 홍순기 대표 등 7명과 함께 7개월간 작업해 3월 1일 사이트를 열었다.한국의 이거바는 영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고,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이거바는 이용료가 무료다. 사이트 관리는 신동진(44·한국장애인방송 기획국장) 씨와 조세영(30·장애인 인권포럼 연구원) 씨가 무료로 봉사하고 있다.

신 국장은 “이거바는 간단한 신고로 불편을 개선하는 일종의 공익 파파라치 운동”이며 “시민이 주권자임을 체감할 수 있고 공적인 연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핫라인”이라고 말했다.
 

 

이거바 사이트를 개설한 지 한 달여 만에 1백41건의 제보가 들어와 88건이 해결됐다. 서울 영등포구 주민 최만선 씨는 “한 달째 불이 들어오지 않는 동네 가로등 사진을 찍어 이거바 사이트에 올렸는데 6일 만에 가로등 불이 다시 환하게 켜져 ‘이거 봐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도로 통행에 어려움이 많은 장애인들도 이거바의 도움을 받고 있다. 경기 성남시 중원장애인자립센터 이경환(42) 소장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10건의 민원을 올렸는데 3건이 3일 만에 해결됐다”며 “장애인들에게는 보물 같은 사이트”라고 했다.

 

 

공무원들도 이거바를 반긴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 김태일(34) 씨는 “이거바 민원은 사진을 보고 투입할 장비나 인원을 가늠할 수 있고 지도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국장은 “예산과 인력을 많이 동원해야 하는 복잡하고 거창한 개선요구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고 풍부한 제보만 있으면 관공서와 핫라인을 개설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거바 www.fixmystreet.kr

글·김형원(조선일보 편집국 기자)

 

생활공감 2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