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쓰나미 | |
우리나라 교육부의 일 년 예산이 약 30조인데 국민들이 부담하는 사교육비가 31조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중 영여교육에 들이는 비용이 15조라고 하니 이 문제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더구나 자녀의 영어교육 때문에 생긴 이른바 ‘기러기 아빠’, ‘펭귄 아빠’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심각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통령직 인수위가 내놓은 수준의 정책들로는 해결의 길이 멀어 보인다. 우선 목표를 뚜렷이 해야 한다. 영어교육에 들이는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전 국민이 영어회화를 잘하게 하자는 것이 목적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이 영어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나라와 개인이 차이가 나고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다”라는 이명박 당선자의 말이나, “1인당 소득이 5만 불 이상의 선진국들은 자국어 외에 영어를 초등학교부터 배우도록 준비된 나라다”라고 한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말로 볼 때 새 정부는 영어에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디까지나 전 국민이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이 목적을 달성하면 사교육비도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려볼 만하다는 생각인 듯하다. 이래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한 각종 대학시험에 영어를 제외해야 한다. 그러면 영어 광풍이 일단은 수그러들 것이다. 그러고 나서 지금 구상하고 있는 영어교육(사실 이 영어교육도 회화위주의 절름발이 교육이긴 하지만)을 실시하면 된다. 그래도 영어로 태교(胎敎)를 한다든지 원어민 발음을 흉내 내려고 혀를 자르는 수술을 하는 미친 자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도대체 왜 새 정부는 영어에 ‘올인’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왜 전 국민이 영어를, 그것도 ‘영어로 말하기’를 잘해야 하는가?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만 영어를 하면 안 되는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길을 물을 때 영어로 대답을 못하면 또 어떤가.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이라면 간단한 한국어쯤은 익히고 오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그것이 어찌 우리의 잘못인가? 새 정부는 왜 꿈 많은 청소년들을 ‘영어의 바다’에 빠뜨려 허우적거리게 하는가. 학생들 중에는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자도 있을 것이고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를 배우려는 학생도 있을 것인데 이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읽어야 할 것도 많고 배워야할 것도 많은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기껏해야 ‘영어로 말하기’라는 저급(低級) 영어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적어도 백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백년 후에도 과연 ‘영어로 말하기’만 잘하면 출세할 수 있을지, 백년 후에는 영어 말고 다른 외국어를 잘해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지 심각하게 고려해서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제발 온 국민을 영어라는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따름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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