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따가워
뭐가 무는거야~~
여름이라 반바지를 입었더니 벌써 모기가 종아리를 헌혈하고 있었다
어제밤에도 모기에게 물려 긁적 거렸는데.....
맞아! 어릴적에는 모기들이 얼마나 많던지 날마다 모기잡느라 난리가 났었지
그래서 초여름 모내기를 하기위해 모기물린 상처 그대로 논에 들어가면 거머리가 “좋다” 하고 그곳부터 피를 빨기 시작한다
지금 모내기가 거의 끝나가고있다 모두 기계로 심어버리기 때문에 짧은 기간안에 끝나는 추세이다
그 옛날 시골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학교도 가지 않고 모내기를 도와드려야 했다
부자집에서는 일꾼들이 많지만 우리집은 식구들이 함께 일을 돕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새참을 만들어 머리에 이고 오시고나는 막걸리주전자를 들고 어머니뒤를 졸랑졸랑 따라왔었다. 그러면 언니랑 오빠들이 얼른 와서 어머니의 새참그릇을 받아내려 논두렁에 놓는다 된장국 한그릇 뜨고, 보리밥 한그릇 뚝딱 담아놓고,김치 나물등 두어가지 함그릇 가득담아 논두렁에 펼쳐놓는다, 그리고 후식으로 어른들은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고 우리들은 삶은 감자를 먹는다. 얼마나 힘들게 살았던 시절인지 그때는 모내기철만 되면 그래도 먹거리들이 조금은 평상시와 다르게 많이 만들어 진다 들판에서 먹는 밥맛은 얼마나 맛있던지 누가 빼앗아 먹을까봐 얼른 먹어치운다 그리고 나서도 배도 안부른지 또 두손엔 욕심을 가득부려 감자가 몇 개씩 들려져있다
정말 그땐 왜 그렇게 어렵게 살았는지 먹을거만 보면 욕심을 감출수가 없었다
아직도 논에는 모를 더 심어야 한다 지금처럼 기계모를 심으면 좋으련만 생각도 못했던 그 시절이라.....
한줄 못줄을 띄우고 줄에 맞추어 모포기를 꼽는다 그리고 또 허리를 펴고 “‘줄이요 줄” 소리를 외치면 한줄로 서서 줄이 옮겨지면 다시 허리를 숙여 모 포기를 꼽는다 거의 하루가 지나야 끝이 난다
우린 모가 심어질 뒤편에 서서 모타래를 이리저리 옮겨주는 일을 했다
물속에서 하루종일 어른들과 함께 모내기 하는 일을 돕다 보면 피곤하고 짜증도 난다
그래도 어른들보나 힘들지 아니하니까 논두렁에 앉아 쉬기도 하면서 모타래를 나른다
다리가 가려워 내려다보면 “ 엄마~~ 거머리~·· 정말 아찔하다 내 다리에 시커먼 거머리가 붙어서 내다리 피를 빨아먹고있다 얼마나 징그러운지 벌써 배는 통통하게 불러 있다
거머리가 다리에 붙어있으면 어쩔줄 모르고 소리를 지른다 오빠가 와서 다리에 붙은 거머리를 손으로 잡아떼어 저 멀리 또랑으로 던져버리면 이제야 한숨을 놓지만 그 자리는 계속 가려움으로 신경이 예민해 진다 피는 계속 줄줄 흘러 논두렁에있는 쑥을 �어 비벼서 그 자리에 붙여두면 조금후 피가 멎는다
지금은 생각도 못할 거머리 사건이지만 그 시절에는 얼마나 거머리가 많았던지 논에들어갔다 나오면 다리에 서너마리는 기본으로 붙어있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쑥을 이용해 응급처치를 했었던 시절이었다
아마! 지금 논에들어가 그렇게 모내기를 하면서 거머리가붙으면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해 보지만 지금은 끔찍할것 같은 생각만 든다 그 옛날 내가 언제 그랬냐는듯......
지금 시골 들판에 나가보면 연푸른 어린 모 들이 아직 뿌리가 내리지 않아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거린다 거름을 해주고 날마다 물을 보살펴주고 관심을 가지다 보면 어느날엔가 진한녹색으로 변하여 깊은 뿌리를 박고 자리를 잡을것이다
백일홍 꽃이 세 번 피고지고 하면 쌀밥을 먹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 오른다
쌀 한톨을 얻기 위해 우린 씻나락을 보관해서 담그고 소독하고 모판을 만들어 못자리에 싹틔운 씻나락을 뿌려 물을 가두고 빼고를 여러번 반복한다
어쩔때는 누렇게 떠서 싹도 제대로 못 피우고 말라죽어가는 씨앗들도 있다
조심스레 준비를해서 날을 잡아 이웃사람들과 시간을 맞추어 언제 모내기를 할 날짜를 잡는다 그렇게 모내기를 시작해서 약 5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원하는 쌀이 탄생된다
얼마나 어려운 고생 끝에 얻어진 쌀 한톨인가
그러나 지금은 농사를 지어도 고생한 보람을 못 느낀다고 농촌사람들은 농사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 시골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은 느낄것이다
말없이 우리가 느낄수있는 그 고생의 흔적을.......
그러나 우리 어릴적에는 이렇게 손으로 모내기하고 등에 지게를 지고 농사를 지어 자식들 학교보내고 결혼 시키고 땅도 사고 그랬었다
모두가 고생의 보람이었다 논이 한두마지기씩 늘어가면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고 논밭이 없어지면 가세가 기운다고 걱정이었던 그 옛날 시절....
그래도 우린 이렇게 추억을 뒤집어보면서 논에서 거머리 물리며 모내기를 했던시간을 그리워 할 수 있고,논두렁에 앉아 새참을 먹었던 이야기거리가 있어 좋다
지금은 모두가 기계화가되어 잠시 짧은 시간에 모두 끝나버린다 새참도 거머리도 찾을수가 없다
지금 모기가 물고간 종아리를 걷고 논에 들어가 모를 심고,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새참을 먹으며, 다시 모내기를하는 논에서 거머리를 잡아 떼어내는 그런 추억속으로 시간여행을 하는것도 행복감에 젖어드는 시간인것 같다 내 나이 오십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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